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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때 그토록 마음 아팠던 까닭은
진눈깨비가 내려서도 아니고
당신이 너무 멀리 있어서도 아니며
당신의 편지가 슬펐던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먼 훗날 당신과 내가
어느 길 모퉁이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냥 스쳐지나갈지도 모른다는

그 사랑의 허구성 때문이었습니다.


무라카미 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인정하면 집착이 없어진다.

그 사람이 내 사람이 될 수 없고,
그 물건이 내 물건이 될 수 없고,
그 돈이 내 돈이 될 수 없고,
그의 재능이 나의 재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

그런데 인정하고 나니 한편으론 여유가 생겼지만,
한편으론 미친듯이 슬퍼졌다.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 숲






요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을 서너권 읽었다.
짬 나는대로 전철에서, 버스에서, 늦은 밤 나의 작업실에서...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예전 무라카미"들"의 책들을 읽을 때 보다 훨씬 더한 스피디함을..... 감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감성에다 세련됐구나 하는 감상........
물론 여성이기에 느끼는 바, 생각하는 바의 구술과 접근 방법이 다름이 있겠으나 이것이 시간의 흐름이구나, 하루끼와 류의 소설을 읽을 때의 충격과 알수없는 빠져듬을 요즘 그녀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느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요시모토 마호코의 소설이 정말 충격적이고 센셔이셔널한 임팩트를 내게 준 것은 아니다. 
그런 느낌은 아주 오래전에 무라카미들에게 충분히 느꼈던 터.
차라리 세련되고 소녀같은 그녀의 감수성과 글은 대중의 시류와 구미에 잘 부흥했다고 실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터이다.  
허나 그런 얘기들은 처음 무라카미들이 나왔을 때도 있었던 터이고 대중문화에 그다지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더더욱 만무하다.
아니, 오래간만에 서늘한 냉수와 같은 상큼함을 느꼈다고 함이 옳을 듯 하다.

더욱이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하루키와 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소망한다.
하루키의 장편이자 내가 좋아하는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댄스댄스댄스> 에는 젊은 시절, 감각적인 문장으로 혜성같이 등장했다가 나이가 들어 옛날의 영광을 뜯어먹고 사는 중년의 소설가 캐릭터가 나온다.
아니 하루키야 그렇다 치지만 잡문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기 급급하고 "반도를 나가라" 와 같은 글을 쓰기까지 이르른 류의 경우를 떠올리면 쓴 웃음이 나올 법 하다.  (대체 한일합작영화라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온건지.....)
한 세대의 유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섹스와 마약으로 얼룩진 류의 삶은 이미 한국 독자들에게도 신해철을 통해 어느정도 알려졌을 듯 하지만 그의 참으로 대찬 삶 - 삶의 관조에 대한 그의 의지와는 달리 그의 재능은 이미 고갈된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예전의 하루키를 생각한다.
내게 첨으로 이런 신선함과 충격이 있구나 알려준 작가.
노르웨이 숲이라는 우스꽝스런 해프닝 같은 제목을 가진 소설이었지만 책장을 내려논 내게 깊은 호흡을 내쉬게 했던 사람. 
특별히 메시지가 강렬하다던지 영혼을 고양시키는 그런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 참을수 없는 경쾌함과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그만의 매력.
혹자는 대중의 시류에 편승한 얄팍한 상업주의 작가라 혹평하기도 하지만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만이 소설가가 아니고 니체만이 철학자가 아니듯 내게 하루키는 당당한 작가이다.

어쩌면 그의 소설속의 등장인물이나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서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사리 분간이 어두워지는 법 아닌가.
시간 날때마다 서재의 무거운 게츠비를 꺼내들어 아무 목적 없이 펼쳐지는대로 읽는 와따나베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약간은 공허한 시선을 가진 나를 보는것 같다.
봄날의 곰 운운은 조금 심했지만 ....
학창 시절 딱히 전공에 매달려 공부하기보단 니체와 하이데거에 빠져 허우적대던 내가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져 소설에 씌여졌다면 어떤 캐릭터가 되었을까.

이야기가 길었다.
90년대를 관통했던 하루키는 지금 요시모토 바나나와 다른 수많은 작가들로써 다시 씌여지고 있다. 
그냥 나는 궁금하다.
하루키 소설의 좋고 나쁨을 떠나, 그와 같은 개인주의 문화들이 어떻게 해서 나의 90년대를 찾아왔으며, 그리고 그중에서도 왜 유독 하루키만이 더욱 세련되고 살벌한 2000년대에 살아남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하는 것도 정말 궁금하다.


하지만 아직도.....
 
하루키를 읽는다는건 저질스런 삼류 문학을 읽는다는 편견 어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것 또한 의미한다.  
누구의 시선인지는 논하지 않겠다.

 


 

 

                                                                            2007년 5월 31일 글을 오타 수정후 트랙백과 회고를 위해 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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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희 2007.05.31 20:18 신고

    나 왔다 간다.
    책 마니 읽나봐?
    ^^

    perm. |  mod/del. |  reply.
  2. Favicon of http://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09.01.07 23:21 신고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의도하는 생각이 나와 일치 될때는 그래 마자..이런 거였어. 하는 그런 느낌이 들때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읽어 보지 못해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감성 깊이 느낀점을 잘 작성 하셧네요. 리뷰글 잘 봤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3. Favicon of http://antidust.byus.net/fts/blog/ BlogIcon shikishen 2009.01.07 23:49 신고

    안녕하세요, 이올린에서 보고 들렀습니다. 10여년전 노르웨이의 숲을 통해 하루키를 알게 되었고 최근작 동경기담집에 이르기까지 쭉 읽어오고 있지만, 예전만큼 [하루키의 글은 소비지향적인 삼류다]라는 편견은 이젠 남아있지 않지 않은가..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저도 하루키의 작품 중 댄스댄스댄스를 가장 좋아하는데 포스팅 중에 언급되어 있는 걸 보니 무척 반갑네요. 잘 보고 갑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liebe.tistory.com BlogIcon LieBe 2009.01.07 23:59 신고

      아...지금 하루끼를 삼류 대중 소설이라 하면 무식한넘이라는 소리 듣기 십상이죠.
      허나 글의 기능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나 일부 상아탑에 계신분들은 하루끼는 커녕 하루끼 할아버지가 와도 눈 하나 껌뻑 안할 사람들이 많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 Favicon of http://japanplaza.tistory.com BlogIcon JNine 2009.01.08 00:30 신고

    노르웨이의 숲...문고판 원서로 사서 상권은 그런대로 적당한 페이스로 읽었지만, 하권을 10여 페이지 읽다가 무슨 일인지 손에 안잡은지 어언...몇 달이더라;;;; 마저 읽어야지=,.=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liebe.tistory.com BlogIcon LieBe 2009.01.08 11:57 신고

      노르웨이 숲이 2권짜리였나요?
      요즘은 두권으로 나오나....
      활자 좀 키우고 행간 넓히고 두께 좀 얇게해서 나오는건가... ㅡ.ㅡa

      사실 하루끼의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이 분위기에 동화되지 않으면 내용이 잘 안들어오긴 해요....ㅎ

    • Favicon of http://japanplaza.tistory.com BlogIcon JNine 2009.01.08 14:05 신고

      일본 문고판으로 각 권이 200페이지 정도?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더군요. 후리가나(한자의 독음)만 있었어도 휙~읽어 버렸을텐데 후리가나가 없는데다 사전을 안보는 주의라 무지하게 늦게 읽어서...


      선물받은 어린왕자(일본식 제목은 호시노오오지사마=별의 왕자님)도 읽어 치워야 하는데..요즘 일본어 공부 너무 안해서OTL

  5. Favicon of http://imi316.tistory.com BlogIcon imi316 2009.01.08 03:16 신고

    세 작가 모두 좋아하는 작가에요~^^ㅎ
    개인적으로 특유의 감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작가들..ㅎ
    글실력이 짧은 저는 엄두도 못낼 멋진 리뷰들을 늘 남겨주시네요~
    올때마다 즐겁습니다~감사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liebe.tistory.com BlogIcon LieBe 2009.01.08 11:59 신고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ㅎㅎ
      읽어주시면 감사할뿐이죠....

      메타 타고 댕기다 발견한 포스트에 공감 트랙백 하나 날리려고 예전 쓴글을 읽어보았는데 무슨 오타가 이리 많았는지...ㄷㄷㄷ

      대충 수정하다보니 재편집스러워서 그냥 새로 올렸어요...ㅎ

  6. Favicon of http://clotho.tistory.com BlogIcon clotho 2009.01.08 10:55 신고

    제 20대에도 저 세 작가가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양을 쫓는 모험을 읽다가 펑펑 울어버렸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어느 장면에서 울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무언가 제게 큰 영향을 미친건 사실이에요.

    지금도 가끔 꺼내 읽는 책은 류의 69네요. ^^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liebe.tistory.com BlogIcon LieBe 2009.01.08 12:00 신고

      양을 쫓는 모험.....저도 참 잼나게 읽었습니다....흐
      그보다,,,,요즘 트랜스에 살짝 관심을 가지시는걸 보니...

      제가 다 햄뽁습니다....lol

      ( 유해장르 맞아요....섭취에 조금 조심하시길...OTL )

  7. Favicon of http://bloog.tistory.com BlogIcon 블루그 2009.01.08 12:42 신고

    한편으론 미친듯이 슬퍼졌다..
    이부분 정말 마음을 아프게하네요.

    perm. |  mod/del. |  reply.
  8. Favicon of http://seeit.kr BlogIcon 하늘다래 2009.01.08 15:13 신고

    "하루키를 읽는다는건 저질스런 삼류 문학을 읽는다는 편견 어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것 또한 의미한다."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이 있던가요?
    독서 서평을 그렇게 많이 찾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책만 읽을 따름인 저로썬;
    처음 듣는... ^^;

    말씀하신 두 작가의 책을 대부분 읽었는데 전 잘 모르겠다는.. ^^;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mystinia.tistory.com BlogIcon Mystinia 2009.01.08 21:27 신고

      아예 모르시는 보수적인 분이 옆에서 슬쩍 보면 삼류소설되는거죠.
      그 분이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신다면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하루키는 그나마 낫지만 무라카미류 소설은 숨어서 읽었습니다.
      표현들이 위험해서.

    • Favicon of http://liebe.tistory.com BlogIcon LieBe 2009.01.08 21:34 신고

      명색이 교수나 글 좀 쓴다는 엉아들한테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요...
      기능성 글만이 살아있는 글이라고 외치는 분들 (뭐 어던분들인지는 말 안해도 아실듯...ㅋ) 도 그런 소리 많이 하고요...

      차라리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소리 잘 안하는듯....ㅡ.ㅡa

  9. Favicon of http://notez7.tistory.com BlogIcon mariner 2009.01.08 22:27 신고

    저는 친구들이 너무 많이 읽어서 반항심으로 하루키나 무라카미류 소설을 읽지 않았어요.
    요즘도 이런 반항심이 사그라들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근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제목이 갑자기 끌려서 구하려고 했는데 절판이더군요.
    ㅜㅜ

    적어주신 그 책의 글귀를 보니 아쉬움이 더해지는 군요
    트랙백 감사드립니다. 너무 감사해요. ^^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liebe.tistory.com BlogIcon LieBe 2009.01.09 00:52 신고

      별 말씀을요....
      마리너님 글을 보자마자 재작년의 글이 갑자기 떠올라 다시 읽어볼 기회가 되었는걸요.....^^

  10. Favicon of http://chanyy.net/ BlogIcon chanyy 2009.01.25 14:14 신고

    은둔형 블로그에 친히 방문까지 해 주시다니... ㅎㅎ

    저는 누구누구 流 이렇게 나누기 보다는
    그때그때 필요나 기분에 따라서 책을 찾는 사람이라
    쉽게 와닿는 이야기는 아닌 듯 하네요~

    단지, 이렇게 관심 가지면서 글의 이곳 저곳을 찔러볼 만큼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ㅎㅎ

    간만에 다른 집에 댓글 달아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liebe.tistory.com BlogIcon LieBe 2009.01.26 17:10 신고

      이제야 댓글 봤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포스팅 잼나게 봤습니다..^^

  11. Favicon of http://wmino.tistory.com BlogIcon WMINO 2009.01.26 16:48 신고

    오호라.... 무라카미가 그런 평을 받았었군요....


    소설은 참 좋아하지만 마지막에 뭐랄까요....
    굳이 그렇게 표현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현실의 허무함을....
    소설 속에서까지 느끼게 돼 참 가슴 아픈 책들이예요.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liebe.tistory.com BlogIcon LieBe 2009.01.26 17:09 신고

      간단히 뭐라 평할 그런 가벼운 작가는 분명히 아니지만..분위기만 놓고 보면 참 쓸쓸한 감성을 잘 표현하는거 같아요....^^

  12. Favicon of http://waarheid.tistory.com BlogIcon femke 2009.02.07 04:11 신고

    작년 여름 하루끼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어봤읍니다.
    실상 70년대 일본작가(이름도 잊어버렸음)의 설국을 읽은후
    처음 접한 일본문학이였지요. 읽어가면서 뭔가 새로운 시대의 문학이구나
    생각했는데 여기 사람들 너무 하루끼 높이 평가하는 바람에
    실상 기분 좀 나빳어요. 내나라 문학도 좋은게 많이 있는데 하구서는..
    제가 좀 구시대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노르웨이숲도 구입해놓고 아직 미루고만 있고...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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