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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를 냈다.
평소 아프더라도 결근 한번 하지 않았던 류이치를 생각할때 생경한 일이었지만 연 이틀째였다.
그렇다고 그가 아픈것도 아니었다.
어느날 문득 모든 것이 귀찮은 목소리로 상사에게 복통으로 병원에 입원한다는 전화 한통만 덩그러이 남겨졌었다.

병가를 낸 첫날은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방 한구석에 침잠해 있었다.
별로 식욕도 없고 수면욕도 일어나지 않은채 블라인드에 가려진 창에 비추인 해가 완전히 가라앉아 다음날의 해가 뜰때까지 멍한 시선만 방 한쪽 벽면에 드리웠을 뿐이었다.

이튿날의 해는 따가웠다.
아무리 창문에 드리운 블라인드가 햇살을 막아주었어도 살짝 핏줄 선 공허한 그의 동공에 닿는 기운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저 손가락 까닥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멍하니 움직일줄 몰랏던 류이치는 그제서야 강렬한 피로를 느꼈다.
점점 멍해지는 지각을 깨우려 노력하며 그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점점 흐려지는 방 한쪽 면을 뒤로 하고 제자리에 풀썩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다.



왜 내가 힘들때 내 옆에 있어주지 않았어?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무얼 해달라는 것도 어떻게 해결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손을 꼭 잡아줄수만 있었으면 됐잖아.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류이치의 눈앞에 있는 그녀가 입고 있는 가운이 너무 하얘서 눈부시다.
그는 뭐라 답해야 할 줄 모르겠다.
예전에 겪었던 아주 친숙한 장면이었지만 왠지 묘하게 부조화스럽고 생소하다.
아니 그녀가 입원한 적은 있었던가?
그녀의 질책이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나약해서 어떻해?......정말 난 누굴 믿으란 말야....

이어지는 그녀의 흐느낌.....
난감하다.
그저 류이치는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안고서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훔칠뿐이었다.

미안하다.

그런 말뿐이 못해주는 자신이 한심하다.
미안하기도 하거니와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이 해일처럼 자신을 감싸는듯한 느낌에 가볍게 몸서리까지 쳐진다.
그녀의 어깨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며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훔친다.
자신의 무력함이 부끄럽기만 하다.

앞으로.........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마.
내가 힘들땐 그냥 내 손을 잡아줘.
보기 힘들다고, 슬프다고 고개 돌리지마.
끝까지 날 지켜봐줘....



벌써 하루 해가 져서 컴컴한 방 한구석에서 류이치는 잠을 깼다.
얼굴이 땀과 눈물에 젖어 번들거리고 심장이 마치 단거리 달리기를 한것처럼 쿵쿵 뛴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노란색 종이.
방안의 불을 켜고 그 종이를 살펴본다.
류이치와 그녀의 행복했던 때의 편지.
한창 발랄한 여대생이었을때의 그녀의 편지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Birches. Frost, Robert Lee

So was I once myself a swinger of birches.
And so I dream of going back to be.
It's when I'm weary of considerations,
And life is too much like a pathless wood
Where your face burns and tickles with the cobwebs
Broken across it, and one eye is weeping
From a twig's having lashed across it open.
I'd like to get away from earth awhile
And then come back to it and begin over.
May no fate wilfully misunderstand me
And half grant what I wish and snatch me away
Not to return. Earth's the right place for love:
I don't know where it's likely to go better.




이 세상은 사랑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더 좋은 세상이 있을것 같지 않습니다.

편지의 마지막을 되내며 편지에 붙어있는 마른 코스모스 조각을 어루만진다.
벌써 8년이나 지난 그 코스모스는 그녀의 편지에 붙어서 아직까지 그해의 가을을 내게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8년후, 어제
더 좋은 세상이 있을것 같지 않다던 그녀는 더 좋은 세상을 찿아 이 세상을 떠났다.
좋은 세상이 있었기를 류이치는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가는길을 지켜보게 허락해준 그녀의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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